백종원은 브랜딩 천재예요. 이보다 허세없이 브랜딩의 핵심을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있을까요. "간판은 두 번 바꾸는 것이다." 첫 번째 간판, <짜장면 잘하는 집, 춘향>. 두 번째 간판, <춘향, 짜장면 잘하는 집>. 세 번째 간판, <춘향>. 여기서 핵심은 '브랜드명+태그라인'이에요. 태그라인은 브랜드명에 따라붙는 꼬릿말을 뜻하는데요. 태그라인이 없는 브랜드는 두 가지 중 하나입니다. 너무 유명하거나, 아무도 모르거나! 백종원 대표의 간판학개론은 태그라인이 브랜드에 왜 꼭 필요한지 알려주고 있어요.

한 가게에는 <짜장면 잘하는 집, 춘향>이라고 적혀있고, 또 다른 가게에는 <춘향>이라고만 적혀 있다고 해볼게요. 짜장면이 먹고 싶은 손님은 첫번째 가게에 들어갈 거예요. 무얼하는 곳인지, 차별점은 무엇인지를 알려 고객이 와야할 이유를 만들어 주는 것이 태그라인의 역할입니다. 동네 길거리가 아니라 온라인에 있는 수백 만개의 브랜드와 경쟁해야 하는 디지털 환경에서, 태그라인의 역할은 더 중요해요. 초창기 토스가 <간편 송금앱, 토스>라고 알리지 않았다면 어땠을까요? 당시 토스가 배포한 모든 보도자료 헤드라인에는 '간편 송금앱'이라고 쓰여 있어요. '짜장면 잘하는 집'이라는 태그라인은 초기 브랜드에게는 자전거 보조 바퀴예요. 없으면 넘어져버려요. 심지어 첫 번째 간판은 태그라인이 브랜드 이름보다 중요해서 앞에 둡니다. 잊지 마세요. 고객은 우리의 멋진 브랜드 이름에 관심이 없어요.

이제 두 번째 간판으로 바꿔 달았습니다. '브랜드명+태그라인'이에요. 가게를 열고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고 신규 고객군, 오가닉 고객군, 충성 고객군이 생겼어요. 신규 고객군은 광고로 유입된 고객인데요. 고객획득비용 CAC(Customer Acquisition Cost)이 지속적으로 발생하죠. 춘향이 뭐하는 곳인지 모르는 고객에게는 '짜장면 잘하는 집'이라는 태그라인이 여전히 필요해요. 오가닉 고객군은 광고 없이 유입된 고객인데요. 지인의 추천이나 소문을 듣고 찾아온 고객이죠. 이들이 방문 후 충성 고객이 된다면 '춘향'이라는 상호명만 있어도 돼요. 충성 고객군은 광고 없이 유입된 고객이자 주변에 바이럴을 만드는 고객입니다. CAC는 제로에 수렴하고 고객생애가치 CLV(Customer Lifetime Value)는 유지되거나 브랜드의 활동에 따라 지속적으로 높아질 거예요. 두 번째 간판을 달았다면 각 고객군에 맞는 커뮤니케이션을 시작해야 해요.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홍보를 지속하고 두 번째 방문하는 손님을 위한 쿠폰제도를 도입하거나 단골 손님에게 사장님의 재량으로 군만두를 서비스로 제공할 수도 있어요.

세 번째 간판인 '춘향'! 우리 브랜드가 드디어 자전거 보조바퀴를 뗐어요. 하지만 안심하긴 일러요. 춘향이 유명해지니 인근에 <짜장면 더 잘하는 집, 가향>이 생겨났거든요. 이제 광고비를 더 많이 집행한 가게가 이기는 치킨, 아니 짜장면 게임이 시작되는 거죠. 세 번째 간판을 달았다면, 충성 고객 로열티를 높이기 위해/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관계 강화에 착수해야 해요. 단골 고객의 의견을 수렴하고 불편함은 끊임 없이 개선하며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거죠. 신규 고객이 많이 찾아오고 충성 고객도 늘어나면 <짜장면 잘하는 집, 춘향>이 <중국요리 잘하는 집, 춘향>으로 서비스를 확장할 수도 있어요. 송금이 쉬웠던 토스가 '금융의 모든 것'이 된 것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