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를 사랑하지 않는다니? 그게 무슨 말인가 싶을 거예요. Z세대는 브랜드보다 ‘유행’을 믿기 때문이죠. 바이럴된 제품에 열광하고, 지금 아니면 못 누릴 감각에 지갑을 열어요. 기존처럼 브랜드 철학을 오래 들려준다고 해서 충성 고객이 되는 구조는 더 이상 잘 작동하지 않습니다. 이들은 트렌드에 충성하고, 찰나의 감정에 반응하는 세대예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우리 브랜드가 얼마나 좋은가’가 아니라, 변화를 인정하고 ‘지금 이 순간’에 반응하는 감각입니다. Z세대는 브랜드 스토리보다 유행의 맥락을 먼저 봐요. 이 제품이 SNS에서 회자되는지, 지금 핫한 제품인지가 1차 판단 기준이죠. 브랜드 정체성은 뒤로 밀리고, 감정과 취향은 실시간으로 움직여요. 그래서 브랜드가 아니라 ‘지금 반응이 몰리는 지점’에 먼저 눈을 둡니다.

Z세대는 정보 과잉 시대에서 자란 첫 세대예요. 무엇이 진짜인지, 무엇이 ‘지금’ 중요한지에 아주 민감하죠. 브랜드 헤리티지보다 먼저 보는 건 지금 눈앞의 콘텐츠가 재미있는지, 감각적인지, 공감되는지예요. 그래서 이들은 브랜드보다 제품에, 그리고 제품보다 ‘유행 그 자체’에 반응합니다. 조사 결과, Z세대의 64%는 브랜드보다 제품에 더 충성하고, 45%는 제품이 바이럴되면 더 신뢰하며, 43%는 단순히 '유행이라서' 구매한 경험이 있다고 해요. 즉, 앞으로 브랜드는 가격이나 기능만으로 살아남기에는 어려워요. 지금 이 순간, 사람들이 반응하고 있는가. 그게 이들의 소비를 움직이는 핵심입니다.

많은 브랜드가 이제 Z세대의 '트렌드 충성도'에 주목하고 있어요. 팝마트의 ‘라부부’처럼 중국·일본·한국을 넘나들며 SNS에서 폭발적 인기를 끈 캐릭터도 있죠. 하지만 너무 빠른 확산은 오히려 희소가치를 깎아내리기도 했는데요. 이제는 '한정 수량'만으로는 부족해요. 지금은 '적시에 등장해 감각을 자극하는가' 이 한 줄이 성패를 가르죠. Z세대는 일종의 ‘FOMO NOW’를 느껴요. 지금 이 순간을 놓치는 것에 대한 불안이죠. 여기를 건드리는 브랜드가 주목받습니다. 여러 개의 팝업이 모인 박람회형 공간, 짧은 시간 안에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전시, 이런 곳이 Z세대의 오감을 만족시켜요. 한 번에 많은 경험을 하고, SNS에 올리기 좋은 포인트가 있고, “지금 아니면 못 가는 곳”이라는 시간 제약까지. 이 모든 조건이 맞을 때 Z세대는 기꺼이 시간을 내고 돈을 씁니다.

브랜드는 트렌드를 타되, 트렌드에 휘둘리면 안 돼요. Z세대는 찰나의 유행에는 열광하지만, 그 유행이 끝났을 때 브랜드에 대한 기억이 아무것도 남지 않으면 정말 아무런 관계도 남지 않아요. 그래서 필요한 건 ‘트렌드를 브랜드화’하는 전략입니다.

첫째, 유행하는 콘텐츠를 브랜드의 언어로 재해석해야 해요. 단순 패러디나 밈 따라 하기가 아니라, 우리 브랜드의 세계관 안에서 맥락을 붙여 재구성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둘째, 시즌성과 적시성 중심으로 브랜드 경험을 설계해야 합니다. “이번 달에만, 이번 주말에만, 이 팝업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무언가”를 명확하게 만들어야 하죠.

 

셋째, 브랜드 메시지를 제품보다 앞세우지 마세요. Z세대에게는 제품이 먼저 반응을 얻고, 그 반응이 쌓이면서 브랜드가 연상되는 구조가 더 효과적입니다.

 

브랜드는 ‘메시지를 설교하는 존재’가 아니라, Z세대가 스스로 소비한 경험 속에서 자연스럽게 발견되는 존재여야 합니다.

얼마 전 젠틀몬스터 운영사 아이아이컴바인드는 성수에 새 사옥을 열었습니다. 단순한 사무공간이 아니라, 브랜드 복합공간 ‘하우스 노웨어 서울(HAUS NOWHERE SEOUL)’까지 함께 공개 했죠. 콘셉트는 말 그대로 ‘어디에도 없는 공간’이에요. 이곳은 오픈 직후 적잖은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는데요. 새 사옥 바로 앞 상가 건물이 시야를 가린다며 매입을 추진했으나 무산되자, 보증금 5억·월세 4천만 원 조건으로 임차한 뒤 건물을 철거했다는 보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공간의 미학을 해친다는 이유 하나로 이런 결정을 내렸다는 점은, 젠틀몬스터가 브랜딩에서 디테일을 얼마나 중시하는지 보여주는 사례였죠. 젠틀몬스터는 애초에 ‘공간의 힘’으로 성장한 브랜드예요. 기괴하면서도 낯선 매장 경험을 통해 단순한 아이웨어를 넘어 ‘세계관을 가진 브랜드’로 자리 잡았죠. 하지만 매출 1조 원을 눈앞에 둔 지금, 과제가 하나 더 생겼어요. 매장에 오지 않는 고객에게, 더 나아가 해외 고객에게까지 브랜드의 철학과 미학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올가을 컬렉션 캠페인과 브랜드 필름 ‘The Hunt’는 그 질문에 대한 가장 선명한 답 중 하나였습니다.

핼러윈 직전 공개된 1분 48초짜리 영상 하나가 소셜 미디어를 달궜습니다. 배우 헌터 샤퍼, 사진작가 나디아 리 코헨, 그리고 젠틀몬스터가 함께 만든 단편 공포 영화, 'The Hunt' 였죠. 클래식한 공포 영화의 무드를 그대로 가져오면서도, 젠틀몬스터 특유의 기묘하고 아름다운 미감을 담아낸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흥미로운 건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는 거예요. 젠틀몬스터는 전통적인 룩북 대신 인터랙티브 호러 게임 ‘The Room’을 함께 공개했는데요. 오프라인 공간 경험의 한계를 넘어, 온라인에서도 ‘기괴함과 낯섦’이라는 감각을 그대로 확장했어요. 매장에서만 가능했던 독창적인 세계관을 디지털로 잇는 시도였던 거죠.

파격적인 브랜딩으로 성장해 온 젠틀몬스터. 어디에도 없는 공간을 짓고, 필요하면 상식 밖의 계약을 맺고, 제품 노출을 최소화한 캠페인 필름과 인터랙티브 게임에도 과감히 투자해 왔죠. 내구성이 가격에 비해 아쉽다는 비판은 여전히 있지만, 적어도 감성 면에선 강력한 팬덤을 확보했습니다. 다만 진짜 럭셔리로 도약하려면 넘어야 할 과제도 남았어요. 전지현 선글라스 신드롬부터 블랙핑크 제니와의 글로벌 확장까지, 젠틀몬스터의 성장 곁엔 늘 강력한 셀럽이 있었죠. 그런데 2011년부터 장기 모델로 함께한 제니와의 결별로, 이제는 스타 마케팅에 기대지 않고 ‘브랜드 자체가 스타가 될 수 있는가’가 시험대에 오른 모양새예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브랜드 캠페인은 중요한 분기점입니다. 축적해 온 세계관과 미학만으로도 설득력이 유지되는지, 그리고 제품·경험 전반에서 일관된 퀄리티를 증명할 수 있는지. 울퉁불퉁한 장애물을 차근차근 넘어, 젠틀몬스터가 스스로 하나의 럭셔리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지켜볼 대목입니다.

오늘도 완독하셨다면 익명으로 부담없이 댓글을 남겨보세요!

매주 완독할 수 있는 작은 힘이 되어줄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