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시작된 '내향성 경제'가 전 세계로 퍼지고 있어요. 밤보다 낮에 파티를 즐기고, 야외 활동보다 집에 머무는 것을 선호하며 이제 막 성인이 된 청년들은 외출을 하더라도 그 시간대가 더 빨라졌다고 하는데요. 과거에는 도전적이고 활동적인 '외향성'이 경제를 주도하는 것으로 인식했죠. 하지만 팬데믹에 이어 고물가·고금리 시대를 지나면서 '내향성'이 경제 전반에 부각됐어요. 내향성의 예민함이야말로 주변 환경을 깊이 인식하고 반응하게 하기에 오히려 타인과 공감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하는데요. 조용하고 담담하게 맡은 바 소임을 다하는 내향성이 주목받는 이유와 그 의미에 대해 알아볼게요.

최근 소비층의 가장 큰 특징은 늦은 밤에 활동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특히 글로벌 소비를 이끄는 미국의 젊은 층은 해가 지면 곧장 귀가하는 것을 선호해요. 미국의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초부터 50세 미만의 젊은 미국인은 공공장소에서의 저녁 식사 및 음주를 이른 시간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해요. 낮 동안의 활동을 늘리는 사람들은 밤에 일찍 자는 패턴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미국 침대 제조업체 슬립 넘버 구매 고객 200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8~34세 고객들은 지난 1월 평균 밤 10시 6분에 잠자리에 든 것으로 나타났어요. 이는 전년 동월보다 12분 이른 시간이에요. <월스트리트저널>은 건강과 수면의 연관성을 깨달은 젊은이들이 취침 시간을 앞당기고 늦은 저녁 식사를 거절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내향성 경제를 이끄는 것 중 하나는 독서 붐이에요. 틱톡에서 최근 흥미로운 대화 주제(해시태그)가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죠. 바로 '북톡BookTalk'의 등장이에요. 이 대화 주제는 평소 인기 주제인 차CarTalk와 영화#MovieTalk를 앞질렀어요. 북톡은 책 추천 커뮤니티이자 글로벌 챌린지로, 전 세계 참가자들이 책 추천, 서평, 독서 인증, 독서 토론 등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4년 전만 해도 해당 대화 주제의 조회 수는 1,000회 미만이었는데 현재는 2,100억 회가 넘어요. 틱톡을 통한 독서 외에 함께 모여 독서를 하는 북 클럽도 성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2월 CNN에 따르면 행사 예매 플랫폼 이벤트브라이트에 등록된 2023년 북 클럽 관련 행사가 전년 대비 24% 증가했고, 온라인 회의 플랫폼 밋업에서도 북 클럽 관련 행사가 10% 증가했다고 해요. 오프라 윈프리가 운영하는 북 클럽에서는 주기적으로 책을 선정해 독서 일정을 공유하고 토론회를 개최하는데요. 이 모임에서 참가자들은 식사, 마라톤 등 다양한 방식으로 만나 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내향성 경제의 부상은 소비 패턴은 물론, 각 산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요. 패션 산업에서는 장식적 정장과 타이트한 브이넥 스웨터 시장은 위축된 반면, 집에서 편하게 입을 수 있고 외출복으로도 활용도가 높은 애슬레저 웨어에 대한 전망은 좋아질 것으로 예상되죠. 이 추세가 계속되면 주로 심야 영업을 통해 높은 수익을 내던 술집과 레스토랑은 새로운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해야 해요. 배달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할 수도 있어요. 그 결과 규모의 경제를 더 잘 활용할 수 있는 체인 레스토랑은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요. 내향성 경제가 주도할 소비 트렌드는 가정 중심의 소비와 온라인 쇼핑의 증가로 나타납니다. 건강 및 안전 제품에 대한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보여요. 내향성은 이제 시대가 원하는 재능이에요. 인간관계에서 생기는 피로감과 팀워크를 강조하는 문화, 자기 홍보에 대한 부담감 등으로 위축되었던 내향형 인간은 시끄러운 세상에서 조용히 그리고 지속적으로 세상을 바꿔나가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