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연례 개발자 행사인 구글 I/O 2024를 진행하기 하루 전 '공교롭게도' OpenAI는 새로운 모델 'ChatGPT-4o'의 업데이트 소식을 발표했어요. 구글 I/O는 구글이 그동안 야심 차게 준비해 온 서비스를 공개하고, 향후 비전에 대해 발표하는 자리로 가장 중요한 행사인데요. OpenAI의 기습적인 발표로 인해 스포트라이트가 분산되어 버렸죠. 물론 이러한 류의 신경전은 이전에도 종종 있었어요. 그러나 OpenAI의 기습 발표는 경우가 조금 달라요. OpenAI는 아직까지 투자에 의존하고 있는 '스타트업'입니다. OpenAI가 일반적인 스타트업과는 이미 다른 반열에 올라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구글과 같은 빅테크 기업에 비하면 여전히 체급이 떨어지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에요. 그러나 기습 발표 전략을 활용함으로써 자신들이 구글과 동일선상에서 경쟁하고 있다는 인식을 은연중에 대중들에게 심어주었습니다. 특히 해당 발표를 보면서도 OpenAI가 브랜딩을 참 잘한다고 느낀 포인트가 하나 더 있었는데요. 누가 보더라도 현존 최고의 기술력임이 분명하지만, 오히려 자신들은 "이것쯤은 대단한 것도 아니야"라고 말하는 것처럼 무심하게 발표를 이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빅테크 기업 이상의 기술력과 스타트업의 자유분방한 매력을 동시에 보여주어 그들만의 독특한 차별화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기에 충분한 퍼포먼스였습니다.

애플의 아이폰은 스마트폰의 정의를 새로 썼고, 윈도우는 운영체제(OS)의 기준이 되었죠. 이처럼 테크 업계에서는 새로운 기술의 정의와 기준이 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데요. 관련해서 최근에는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에 대한 정의와 기준이 업계 최대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AGI는 일반적으로 '인간 수준의 능력을 갖춘 AI' 정도로 통용되고 있는데요. 하지만 아직 아무도 가보지 못한 길이기에 전문가들조차도 이에 대한 정확한 정의나 기준을 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공신력 있는 목소리가 내리는 정의가 그대로 받아들여지기 마련이에요. OpenAI는 이런 상황을 적절히 활용하여 사실상 공석인 주인공의 자리를 손쉽게 꿰찼습니다. 5단계로 구분된 AI 분류 체계를 공개한 OpenAI는 자신들은 2단계에 근접한다고 발표했는데요. 현재 AI 산업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기업이 발표한 지표이기에 앞으로 AI를 평가할 때는 OpenAI의 분류 체계가 활용될 가능성이 커요.

이처럼 OpenAI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대중들의 인식 속에 은밀하게 스며드는 브랜딩을 잘 해왔는데요. 최근에는 그 속모습을 대중들에게 들키는 경우가 종종 생기고 있어요. 첫 번째에 소개해 드렸던 인터뷰 사례에서도 일부 사람들은 OpenAI가 자신들의 중요성을 부각하기 위한 일종의 쇼라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은밀하게 브랜딩을 시도할 때, 의도치 않게 자신들의 속을 들키면 오히려 반감을 살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덩치가 커진 만큼 평가의 잣대도 엄격해질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는 브랜딩을 위한 선을 더욱 잘 지켜야 할 것으로 보여요.

더현대 서울이 실내 바캉스를 즐길 수 있는 테마공간, '포지타노의 태양'을 선보이며, 도심 속 이탈리아 여행이라는 메시지로 고객들을 유혹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이번 더현대 서울의 행보는 백화점의 콘텐츠 커머스를 한층 더 진화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커요. 가장 먼저 이를 활용한 것은 크리스마스 미디어 파사드를 통해 연말의 상징으로 떠올랐던 신세계 본점이었는데요. 더현대 서울은 이를 단지 볼거리를 넘어서 공간 체험이 가능한 크리스마스 빌리지로 발전시켜, '크리스마스 성지'의 대표 자리를 빼앗는 데 성공했죠. 그리고 이번에는 이를 아예 여름휴가 시즌까지 확장시켜 적용한 거예요.

약 1,000평 규모의 공간에 꾸며진 '포지타노의 태양'에는 포지타노 특산품인 레몬 캔디를 비롯해, 리빙 소품숍과 식료품점, 이탈리아 현지 브랜드와 다양한 상품이 준비되어 있었는데요. 이렇게나 풍부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었던 것은 주한이탈리아대사관 등 관련 기관과 긴밀히 협력하며 무려 1년여를 준비한 덕분이었어요. 레몬나무 숲과 선베드 등을 통해 이탈리아 해변 분위기를 자아냈고 파라솔 하나마저 75년 전통의 이탈리아 브랜드 마그나니 것을 사용하는 등 세심한 디테일도 돋보였습니다. 덕분에 이번 행사는 휴가철 바캉스 명소 등의 타이틀로 바이럴 되고 있었는데요. 더현대 서울은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직접 만지고 구매하고 느끼는 공간 체험 요소들을 갖추는 데 엄청난 투자를 했고, 이는 실제 방문객들의 만족스러운 후기로 이어지며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고 있어요. 이처럼 콘텐츠로 먼저 사람을 끌어들이고, 이후 구매 전환을 이끌어 간다는 더현대 서울의 전략은 계속 진화 중이에요.

그런데 더현대 서울이 시도 중인 새로운 전략 하나가 더 있습니다. KBS 예능 '팝업상륙작전'과 손잡고 유명 맛집을 찾아가 이를 현대백화점 팝업으로 들여오는 것인데요. 첫 타자로 미국 핫도그 브랜드 '더트 도그'와 일본 도쿄 계란말이집 '마루타케'가 더현대 서울에서 국내 최초로 팝업을 진행했어요. 지금까지의 팝업스토어가 방문 중 경험에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방송 콘텐츠를 활용하여 방문 이전부터 이들을 선정하고 들여오는 과정을 공유함으로써 경험을 확장할 수 있게 되었죠. 특히 더현대 서울은 매장 방문 이후에도 고객의 경험이 퍼질 수 있도록 매장 곳곳에 포토존을 설치하는 등 후기 공유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어요. 따라서 이번 시도마저 성공한다면, 방문 이전, 매장 내 공간 경험, 방문 이후까지 끊기지 않는 고객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출 수 있게 되는 거예요. 다만 현대백화점의 남은 고민은 이러한 전략을 더현대 서울 이외 점포에서 동일하게 펼칠 수 없다는 점이에요. 그래서 이번 팝업상륙작전을 통한 팝업은 전국의 여러 점포에서 차례로 열어 성공 공식을 확장 적용하려고 한다는데요. 만약 점포 편차와 관계없이 고객을 이끌 수 있는 콘텐츠 실험까지 완성된다면, 현대백화점 전체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 거예요.

60세 이상 시니어 세대에서 가장 많이 증가한 앱을 조사한 결과, 쿠팡이 5년간 206만 명이 증가해 가장 사용자수가 많이 늘어난 앱으로 조사됐어요. 그 뒤로 110만 명 증가한 당근, 109만 명 증가한 유튜브, 106만 명 증가한 네이버 지도/내비의 순이었다고 합니다. 5년 전과 비교해 60세 이상에서 앱 사용시간이 가장 많이 증가한 앱은 유튜브로 5년 간 1억 2천297만 시간 증가해 24년 상반기 평균 2억1천428만 시간을 기록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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