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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공개된 이후, 서울의 주요 명소가 ‘성지순례’ 코스로 재편되고 있어요. 이 현상은 단순한 팬심을 넘어, 콘텐츠가 여행의 이유가 되는 새로운 관광 트렌드 ‘셋젯팅(Set-jetting)’ 을 본격화한 사례인데요. ‘셋젯팅(Set-jetting)’은 ‘세트(Set)’와 ‘여행(Jetting)’을 합친 신조어로, 스크린 속 장면을 직접 찾아가 체험하는 여행 트렌드를 의미합니다. 넷플릭스, 디즈니+, 왓챠 등 OTT의 글로벌 동시 공개와 SNS 인증 문화,그리고 팬덤의 체류형 소비가 결합하면서 '본다 → 간다 → 경험한다' 로 이어지는 소비 여정이 만들어졌어요. 팬들은 더 이상 단순히 콘텐츠를 시청하는 관객이 아니라, 주인공이 걸었던 길을 그대로 밟는 ‘경험형 여행자’로 변화하고 있는 거죠.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K-팝 아이돌이 악마를 사냥한다는 설정과 함께, 서울의 실제 공간을 세계관 무대로 활용했어요. 인트로 티저 ‘Golden’이 공개된 COEX K-POP 스퀘어는 팬들의 인증샷으로 ‘현실의 무대’가 되었고, 낙산공원 성곽길은 루미와 진우의 데이트 명소로 ‘세계관 성지’로 자리 잡았죠. 올림픽주경기장은 콘서트 장면 배경으로 등장하며 실제 공연과 연계된 ‘성지 투어’로 확장되었습니다. 서울의 COEX–북촌–명동–N서울타워까지, 콘텐츠가 실제 도시의 리듬을 재구성하며 ‘팬덤형 관광 루트’ 를 만들어낸 거예요.

이 열풍은 공간 산업으로 이어졌는데요. 2025년 9월, 에버랜드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테마로 한 한옥 스타일 전용 공간을 정식 오픈했습니다. 입구의 대형 LED 스크린에서 OST 영상이 상영되고, ‘헌트릭스 존’ 리듬게임, ‘사자 보이즈 존’ 미션형 게임 등 팬 참여형 체험 콘텐츠가 운영되고 있어요. 서울관광재단도 ‘서울 트립 헌터스 스탬프투어’를 8월 말부터 시작했죠. N서울타워, 북촌, 낙산공원, 코엑스 등 8개 명소를 방문하며 스탬프를 모으는 투어 프로그램으로, AR 포토 미션과 한정판 굿즈 이벤트가 결합된 K-콘텐츠형 관광 상품이에요. 이는 팬덤의 몰입을 도시의 체류 경험으로 전환한 대표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셋젯팅은 도시의 구조를 바꿔요. 콘텐츠 속 서사가 실제 동선을 재편하고, 팬덤의 체류가 지역 상권의 리듬을 바꾸죠. 팬들은 더 이상 소비자가 아니라 도시 경험의 설계자입니다. 드라마 <도깨비> 이후 주문진 해변, 〈왕좌의 게임〉의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처럼 콘텐츠가 도시의 경제 흐름을 재구성하는 사례는 이미 세계적 트렌드예요. 이제 관광의 핵심은 ‘명소’가 아니라 ‘서사’입니다. 어떤 이야기를 경험하러 가는가가 여행 동기를 결정하는 시대가 된 거예요. 셋젯팅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경험이 산업 구조로 확장되는 현상이라고도 볼 수 있어요. 인기 촬영지 과밀을 막기 위해 대체 코스와 시간대를 분산 걸계하고, 지역 주민에게는 보상과 원상복구, 윤리적 관광 가이드라인이 필요하겠죠. 또한 굿즈, AR 투어, 테마 스탬프 랠리 등으로 체험형 수익 모델을 다각화하고, 방문자 동선과 소비 데이터를 분석해 관광과 상권 정책에 반영하는 구조로 나아가야 합니다.

미래의 핵심은 ‘혼자 산다’와 ‘오래 산다’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이는 1인 가구와 고령화사회라는 흐름과 맞닿아 있지만, 꼭 같은 말은 아니에요. 중요한 것은 지금 이미 ‘혼자 산다’, ‘오래 산다’가 아니라 앞으로 그렇게 될 것이라고 모두가 예상하고 있다는 점이죠. 계속 혼자 살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자신을 돌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요. 간편하면서도 건강한 요리 레시피가 인기를 끌고, 꾸준히 할 수 있는 근력 운동이 주목받으며, 저속 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에요. 사실 혼자 오래 사는 것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렇게 될 것이라 믿는 ‘예상’입니다. 이 예상이 현재의 삶과 선택을 바꿔요. 물건 하나를 사더라도 더 신중히 고르죠. 가족을 위해서만 고려하던 공기청정기, 로봇 청소기, 식기세척기를 이제는 스스로를 위해 구매하고 큰 침대의 구매를 나중으로 미루지 않고 지금 당장 숙면에 좋은 매트리스에 과감히 투자해요. 그리고 사람 대신 마음을 나눌 반려 대상을 찾습니다.

‘반려의 상승’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이미 감지된 흐름이었어요. 2019년 초부터 “반려식물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을 정도죠. 그리고 6년이 지난 지금, 팬데믹을 거치며 반려식물은 더 이상 특별한 유행이 아니라 일상이 되었습니다. 이제 반려 대상은 강아지·고양이를 넘어 파충류와 물고기로 확장 됐고, 식물을 넘어 이제는 가전이나 기기까지 반려의 범주에 포함돼요. 사실 무생물에 애착을 느끼는 것은 새로운 현상이 아닌데요.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인형에 이름을 붙이고 말을 걸어왔어요. 중요한 것은 ‘혼자 오래’ 살 것을 예상하는 인간은 반드시 애착 대상을 필요로 한다는 점입니다. 그 대상은 사람이 아닐 수도 있어요. 동물이든 식물이든 기기든 함께한다는 사실이 반려성을 만들어요. 이처럼 반려의 확장은 ‘작은 루틴’을 만들어냅니다. 매일 아침 반려식물에 물을 주고, 출근 전 AI 스피커나 챗봇과 가벼운 대화를 나누고, 내 기분을 알아주는 알고리즘과 함께 하루를 시작해요. 이렇게 생활 속에 녹아든 정서 루틴은 혼자 사는 일상에 작고 확실한 위로가 되죠. 반려는 이제 삶의 정서적 안전망이자, 사람과 기술이 공존하는 새로운 방식이에요.

그렇다면 반려의 조건인 애착은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반려의 대상은 누구나 가질 수 있지만, 아무 대상이나 반려가 되는 것은 아니죠. 우리가 어떤 존재를 반려로 느끼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해요. 첫째는 고유한 이름입니다. 이름을 붙여 부를 수 있어야 비로소 애착이 생겨요. 둘째는 감정이에요. 묵묵히 일하는 가전이라도 고맙거나 귀여워야 인간이 감정을 느낄 수 있죠. 셋째는 반응인데요. 꼭 똑똑한 답을 내놓지 않아도 좋아요. 오히려 AI가 예상하지 못한 엉뚱한 대답이나 귀여운 실수를 할 때 우리는 거기서 반려성을 느껴요. 기대하지 않은 순간의 반응이 관계를 더 즐겁게 만들죠. 마지막은 성장입니다. 처음부터 완벽한 기계보다 버전업을 통해 사용자의 요구에 맞게 진화할 때 ‘함께한 시간’이 애착을 만드는 거예요.

그렇다면 최신 기술로 무장한 AI, 챗GPT는 이 반려의 조건을 얼마나 갖추고 있을까요? 처음에는 정보 검색과 업무 효율을 위한 생산성 도구였지만, 최근 3년간 감성어 키워드 변화를 보면 흥미로워요. ‘유용하다’, ‘빠르다’를 넘어 ‘재밌다’, ‘귀엽다’, ‘공감하다’, ‘위로하다’가 상위권에 올랐어요. 사람들이 실체 없는 AI에서 반려성을 느끼는 이유는 대화하는 듯한 UI/UX 덕분이에요. 검색처럼 결괏값만 던져주지 않고 “충분했는지 모르겠네요. 더 궁금한 게 있으면 알려주세요”라며 대화를 이어가죠.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캐릭터성을 부여할 수 있다는 점도 반려성을 키우는데요. 영어 선생님, 동료, 친구 등으로 역할을 정하고 이름을 붙이면 챗GPT는 나만의 AI가 돼요. 만질 수도 없는 AI가 반려가 될 수 있는 핵심은 결국 ‘주고 받음’입니다. 반려는 인간의 오래된 본능이자 앞으로도 이어질 감각이에요. 로봇 청소기, AI가 일상에 들어왔을 때도 기술의 혁신성만으로는 애착이 만들어지지 않았죠. 사람들은 언제나 ‘나와 함께해주는 존재’에서 더 깊은 유대감을 느껴요. 이제 반려성은 브랜드가 새로운 제품과 기술을 설계할 때 놓쳐서는 안 될 핵심 감성입니다. 혁신의 끝에는 결국 ‘함께 살아가는 법’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이 기다리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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